[헬스조선] “우주서 생긴 신체 문제 해결… 우주의학 연구 확대돼야” (2022. 2. 23)

[우주의학③] 김규성 인하대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장 인터뷰우주의학은 우리에게 우주만큼이나 막연한 분야다. 우주의학 연구에 대한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우주의학을 향한 관심이나 주목도는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관련 연구 인력과 투자비용, 연구 성과 등이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요 우주산업 선진국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그럼에도 우주의학 연구를 포기할 수는 없다. 늦었다는 이유로 손을 놓기에는 과학적으로나 경제적·군사적으로 ‘우주’라는 공간이 가진 가치와 잠재력이 너무나 무궁무진하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우주인 배출에 대비해 우주의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움직임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2018년 6월 문을 연 인하대학교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교육부지정 이공계 대학중점연구소)는 민간의료기관 최초 우주항공의학센터로, 지난 3년 여간 다양한 실험 인프라 구축, 관련 연구 수행, 논문 발표 등 국내 우주의학 관련 연구기반을 구축하는 데 힘써왔다. 김규성 인하대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장(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은 “우주의학은 여러 전문가들이 우주라는 공간에 각 전문 분야를 적용해 연구하는 것”이라며 “연구시설을 플랫폼화하는 등 보다 많은 국내 연구진들이 다방면으로 우주의학을 연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성 인하대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장(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인하대병원 제공

-인하대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는 어떤 연구 인력들로 구성돼 있나?

교육부지정 이공계 대학중점연구소는 교육부가 연구재단을 통해 운영하는 것으로, 같은 학교 안에서만 인력을 구성할 수 있다. 현재 인하대학교 내에서 이비인후과(김규성 소장)를 비롯해 미생물학, 의공학, 약리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하고 있다. PhD의 경우 여러 분야 기술자들이 각 분야를 우주 환경에 접목해 연구 중이다. 공동 연구원 5명, 연구 교수 5명 등 총 20~30명 정도로 구성됐다.

-진행 중인 연구들은?

‘우주’라는 위해 환경에 나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응하고 방어하기 위한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다. 크게 평형계(전정신경계)와 심혈관계, 면역대사계 등 3가지 파트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심혈관계 연구는 우주환경에서 발생하는 심혈관 변화와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며, 평형계 연구의 경우 우주에서 공간을 인식하는 신경계 변화 등을 연구한다. 고중력에 4주가량 노출되는 동물시험을 통해 분자생물학적 변화를 살피는 식이다. 고중력 자극에 의한 면역 능력 변화, 중력이 해마와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 등 일부 연구 내용들을 발표하고 해외 학술지에 소개되는 성과도 있었다.

-어떤 장비들이 사용되나?

고중력, 미세중력 시뮬레이션 장치와 같이 우주 환경을 지상에서 모사한 장비들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가변중력부하장치(고중력장비)의 경우 지구 중력 15배 이상의 고중력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로, 중력을 상시 조절하고 수 주 이상 장기간 연속 실험도 가능하다. 실험동물용 가변·기압 챔버는 실험동물을 급격한 압력 변화에 노출시킨 뒤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평가하며, 이밖에도 미세중력 노출에 따른 영향을 평가하는 ‘클리노스탯’, 3차원 회전식세포 배양계, 방사선 발생장치, 수면조절 실험장치 등이 활용된다. 우주의학 실험장비 특성상 수요가 많지 않다보니 완제품을 제작·판매하는 경우가 드물다. 때문에 대부분 장비들을 국내 기업과 협력해 직접 제작했다.


고중력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중력 부하 실험 장치(왼쪽)’와 급격한 압력 변화에 따른 생체 변화를 연구하는 ‘가변 기압 부하 챔버’./인하대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 제공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우주의학 연구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데.

지금은 주목받지 못하지만, 금방 관심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주를 지나치게 경이로운 곳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각 연구자들이 우주라는 위해환경에 자신의 전문 분야를 접목해 실험하고 연구하면 그것이 우주의학이다. 미토콘드리아에 대해 연구 중이라면 중력 환경에서 미토콘드리아 변화를 연구하고, 뇌를 연구한다면 고중력·미세중력 환경에서 뇌의 생리학적 변화를 연구하는 식이다. 우주 과학자는 이런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다. 꼭 우주를 전공하거나 관련 학위를 받을 필요는 없다. 고산 지대, 극지 환경을 연구하듯 우주의학 역시 환경 의학의 일종으로 이해하면 된다.

-반면 해외에서는 우주의학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연구 성과들이 실제 우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목표 지향적으로 연구한다. 미국 노퍽대학의 경우 나사(NASA)로부터 비용 지원을 받아 여러 우주의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원을 받은 연구진 입장에서는 투자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될 수 있는 솔루션들을 마련·제공해야 한다. 때문에 빠른 속도로 연구가 진행되고 다양한 성과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도출되는 성과들 역시 매우 실용적이다. 반면 우선 성과를 내야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 연구들이 논문에 실리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해외 우주의학 전문가들을 만나보고 느낀 점들이 있다면.

해외 우주과학회를 참석해보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우주를 자신의 연구에 맞게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구든, 어떤 과든 할 수 있는 연구라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 우주인을 보유한 선진국들은 이미 수십 년간 연구를 진행해오며 자국에 필요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했다. 우리나라 역시 우리의 우수한 의과학 전문가들이 자신의 연구 영역을 우주 환경까지 넓힐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기초의과학 연구 수준은 미국이나 해외에 나가서 배워오지 않아도 될 만큼 높다. 실험 비용과 장비 또한 준비돼 있다. 다만 아이디어가 없고 미국의 실험 역사가 길다보니 의존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인하대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 연구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복지부에 제안한 상태다.


‘클리노스탯(마이크로중력 모사 장치)’을 활용하면 회전에 의해 발생하는 원심력을 이용해 고중력·미세중력 등 우주환경의 급격한 중력 변화를 구현할 수 있다./인하대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 제공

-국내 우주의학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지원과 노력들이 필요할까.

이미 우리나라는 IT·반도체와 같은 많은 성공 사례가 있다. 우주의학도 그 과정을 밟으면 된다. 해당 산업이 성공한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다. 공부·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지원하니 회사가 생겼고, 회사가 사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다시 투자하면서 새로운 인재들을 키워내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졌다. 이 같은 구조가 갖춰지려면 정부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제시된 비전을 기대하면서 연구에 뛰어들 것이다.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동향이나 앞서간 나라들의 사례 등을 자세히 연구해야 하며, 국제 협력을 위한 거버넌스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정부 산하 연구소가 아닌, 자율적·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목표 지향적 거버넌스가 요구된다.

-향후 연구소의 목표는.

교육부지정 이공계 대학중점연구소의 연구는 3단계로 나눠 2018년부터 2027년까지 진행된다. 올해가 2단계 1년차로, 1단계에서 연구 기반을 구축했고 2단계에서는 ‘연구시설의 플랫폼화’를 고민하고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연구시설을 개방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교내 연구자들을 대상으로만 시료은행을 만들어 공모한 상태다. 실험 장비를 활용해 특정 환경에 노출시킨 쥐를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활용하기 위함이다. 이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일부 실험실에서도 이미 적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밖에 연구소 기기들을 공동화해 여러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이후 3단계는 자립화를 목표로 한다. 여러 실험과 함께 정책결정을 위한 정보를 획득·분석하며, 연구자 교육, 실험장비 보급, 시료은행 운영 등이 가능한 센터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 우주의학 저변을 확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