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학

1. 개념

우주의학은 우주비행선 및 우주정거장에 탑승하는 승무원의 건강과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우주 요인의 영향과 이러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인체의 변화를 관찰하고 유해한 영향으로부터의 적절한 예방 조치와 보호 방법을 개발한다.

구체적으로 우주비행을 위한 우주인의 선발 및 훈련, 비행 중인 승무원의 건강관리, 비상 상황 시 승무원 구조방법 개발, 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연구한다. 즉, 우주의학은 우주 생리학 및 정신심리학, 우주 위생학, 우주 방사선 생물학, 임상 의학 등 다양한 의학분야의 단일 복합체다. 한편, 재활용 우주 발사체(reusable launch vehicles)와 민간 우주 여행(civilian spaceflight)의 시대를 맞이하여 우주의학의 범의가 질환을 가진 일반인의 우주 여행의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에는 우주 공간에서 특정 임무에 적합한 우주인의 선발과 생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질환을 가진 일반인의 안전하고 건강한 우주 여행을 위한 영역으로 우주의학의 패러다임(paradigm)도 전환되어 가고 있다.

2. 우주환경과 인체의 변화

일반적으로 100km 이상의 고공을 우주라고 정의하며, 인체는 항공을 넘어 우주의 영역에 도달하는 순간 심혈관계, 전정신경계, 근골격계, 면역계 등 모든 인체기관에 크고 작은 변화를 겪게 된다.

이들 중 일부는 단기적인 변화를 또 일부는 중장기적인 변화를 겪게 되며, 이로 인해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신체의 특이한 변화나 질환이 발생하여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장기적으로는 특정 장기의 기능 이상과 같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우주공간과 같은 비정상 환경(미세중력, 초고저온, 저산소, 방사선노출, 면역력저하 등)에서 인체는 지구상에서의 생리학적 변화가 아닌 다른 차원의 비정상적인 변화를 겪게 되며, 이로 인해 정상인 사람조차도 병든 사람과 유사한 생리학적 변화과정을 겪게 된다.

  • 1) 무중력

    지구의 중력 영향에서 벗어나 무중력 상태에 노출된 인체는 체액의 재배치, 전정기관의 혼란, 그리고 근골격계의 변화 등 지상과는 다른 우주 생리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 a. 체액의 상방 이동

      무중력에 노출된 인체의 체액은 지상에서 상대적으로 하방에 위치하였으나 중력의소실로 전신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여 체액의 상방 이동 효과를 가져온다. 우주에 도착한 우주인의 얼굴은 붓고 다리는 얇아지는 현상을 초래한다. 하지에 정체해 있던 혈액 중 상당량이 상체로 이동하면서 심장의 부담감은 증가하여 부정맥, 심근무력증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심장쪽으로 과다한 혈액이 쏠리면서 보상작용으로 배뇨 작용이 활발해지고 체액부족이 나타나게 된다.

      머리 쪽으로 이동한 과다한 혈액은 안구에도 영향을 미쳐 안압은 92%까지도 상승하며, 유두부종, 시신경 비후로 시각장애를 일으키며, 후각세포 점막의 울혈을유발시켜 후각기능의 저하로 식욕이 떨어지게 된다.

    • b. 전정기관의 혼란

      자세에 대한 전정신경의 기능이상으로 인한 방향감각이 없어지면서 우주비행멀미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우주비행 초기 수 일간 우주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사실 우주환경에서 멀미는 매우 흔한데 대략 우주인의 2/3가 멀미를 경험하게 된다. 우주멀미는 만성적으로 문제되지는 않으며 주로 우주에 도착하고 수일간 또 지상에 귀환 후 수 일간 지속하는 특징을 보인다. 우주에서 멀미 발생 기전은 이석 기관이 지상처럼 의미 있는 신호를 주지 못하고 시각 기능과 반고리관은 지상처럼 반응하여 이를 해석하는데 혼란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인체는 이러한 혼란에 적응하게 되며 전정기관에서도 많은 생화학적 변화가 발생한다.

    • c. 근골격계의 변화
      • A. 골 손실

        우주에서 인체는 무중력의 영향과 운동의 감소로 인체의 칼슘 소실이 발생한다. 이는 지상에서 골격계의 손상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에서 발생하는 무용성 골다공증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우주비행 중에는 한 달 평균 1-2%의 골 손실이 발생한다. 특히 골 손실은 체중 부하가 많은 척추와 하지에 심하다. 골 손실로 골절 위험이 지상에 비하여 5배 이상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신장으로 빠져나 가는 칼슘의 영향으로 신장결석의 위험 또한 증가한다.

      • B. 근육 손실

        중력의 소실과 운동의 감소는 근육 손실로 이어져 “닭다리 증후군(chicken leg’s syndrome)”이란 이름처럼 하지가 얇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한 보고에 의하면 3개월의 우주 임무 종료 후에 하지의 지름이 10-20% 감소하였다. Edgerton 등에 의하면 우주에 도착 후 단 5일 만에 심각한 근위축이 확인되었다. 우주에서는 주로 상지를 많이 사용하고 하지는 중력의 소실로 사용이 감소함에 따라 상지나 어깨 보다는 등이나 하지의 근육이 더 많이 손실된다.

  • 2) 방사선

    우주에서 인체는 방사선의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는 일차 우주선(primary galactic radiation), 포착방사선(geomagnetically trapped radiation), 그리고 태양미립자(solar particle events) 등이 있다. 우주선의 외판으로 보호되고 있지만, 선외활동(EVA)이나 간혹 강력한 우주방사선 노출시에는 직간접적으로 피폭될 수 있다.

    고용량 방사선 노출 시 용량에 따라 인체에 영향을 주는데 주로 세포의 재생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주로 위장관의 내피세포나 골수세포에 영향을 주는데 용량이 더 증가하면 중추신경계에도 영향을 준다. 또한 장기간에 걸쳐 방사선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백내장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방사선은 생식능력 저하와 암의 유발 가능성이 있어 우주환경에서 극복해야할 중요한 문제점 중의 하나이다.

  • 3) 가속도

    우주비행 중 발사 및 귀환과정에서 높은 중력가속도 힘이 가해지며, 이는 대략 4G정도 된다. 특히 우주비행사는 장기간 무중력에서 생활해왔기 때문에 귀환과정에서 겪게되는 체감상 중력가속도는 몇배가 된다. 가속도 힘으로 인해 혈액이 뇌로 공급되지 못하면 일시적으로 시력을 잃거나 의식소실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 우주비행 중 가속도는 장시간 지속적으로 또는 단타성으로 나타나기도하며, 선형으로 또는 회전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4) 압력, 온도변화

    우주비행 중 우주선 내에는 안정적인 인공 대기상태가 유지되지만, 급격한 압력 강하가 발생하여 산소 함량이 감소하는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또한, 우주비행 중 귀환모듈이 궤도 진입 시 대기와의 마찰열로 외부에는 6500℃에 이르는 고온의 플라즈마가 형성되며 우주선 내부도 고온에 노출되게 된다. 열 제어 시스템이 예기치 않게 고장날 수도 있고, 태양열 복사에너지로도 고온에 노출될 수 있다. 우주비행사는 주기적으로 선외 공간에서 작업해야 하며, 이때 많은 육체적 스트레스가 동반되어 인체는 많은 열을 방출하게 된다. 물론 우주복에는 열조절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지만 임무를 수행하다보면 그 이상으로 한계에 다다르게 되기도 한다.

  • 5) 폐쇄공간 생존격리

    밀폐된 공간에서 장기간 거주하다보면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이 있을 수 있고, 거주환경이 변함에 따라 먹고, 자고, 배설하는 등의 생리적 활동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나타나게 된다. 이외에도 우주정거장 생활에 규정된 비효율적으로 조직된 활동, 비규칙적인 휴식시간, 업무적 위험, 높은 신체 활동 및 심리적 스트레스와 관련된 업무 수행도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승무원의 생명과 안전, 심리에 위협이 가해지게 된다.

참고문헌

  • E.V. Tokary 『PSYCHO-PHYSICAL TRAINING OF FUTURE COSMONAUTS』
  • 허강철, 2019, 『우주인 선발과 항공우주의학』, 항공우주의학회지 제 29권 제 1호 특별호.
  • 임정구, 2012, 『항공우주의학 소개』, 대한의사협회지.